오늘은 글의 재미를 위해 음체로 써볼게요 ^^
나는 미국에서 1년 정도 완전 미국 레스토랑에서 일한 적이 있음.
시골이긴 한데, 그 근방에서 가장 유서가 깊고 비싼 레스토랑이었음.
약간 이런식의 남부 전통음식점이었음. 인종차별 이런 건 전혀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직원 모두가 백인이었음
주방 및 서버 직원을 다 합치면 40-50명 정도 될 정도로 컸음.
왜 쉐프가 나를 뽑았냐고 물어보길래 그 당시(풋볼 시즌) 너무 바빴고 힘들어서 나갈 거라 생각했다고 함.
실제로 풋볼시즌은 엄청나게 바빴음. 어느 정도였냐면 주방애들이 양주 먹으면서 요리 만듦 ;;(하도 바쁘니까 맨 정신이 아니었나 봄)
애들도 처음에는 아시아인이 주방에 왔다고 수근 수군거렸음.
그러나 본인도 요리 초짜가 아니었음...
(TMI 쫘악 쫘악)
1. 한국 군대 근무 시절 조리병으로써 150명의 식사를 신속하게 책임짐
2. 제대 후 주말마다 취미로 일식 레스토랑에서 섬세함을 책임짐
3. 미국에서 2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면서 용돈 벌기 겸 미국 요리대회에 몇 번 나감.
한 번은 미국 전역 대회에서 우승도 해봄. 신문에서 취재도 와서 구글에 내 이름 치면 나옴...(코 쓱.. 헤헷)
(실제 우승한 요리.. 한국의 돼지고기 단호박찜을 변형해서 미국식으로 해봤다.)
하여튼 빠르게 주방에서의 내 입지가 굳혀졌고, 모두가 나를 인정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음
그렇게 같이 내가 요리를 만드는 건지 양주를 마시는 건지 모를 무렵, 크리스마스가 다가옴.(대참사의 날이 다가옴)
Potluck 방식으로 각자의 요리를 준비해오기로 했는데, 새로 들어온 신참 요리사가 자기는 진짜 매운 타코를 준비해올 거라고 으스대며 얘기함. 그 말을 듣고 난 무슨 생각을 했겠음? 한국의 매운맛을 보여줘야겠다 라는 승부욕에 가득 참.
아무튼 크리스마스날 나는 김밥과 불닭볶음면 봉지를 들고 옴. 내가 사는 곳은 진짜 시골이었음. 한국인 보기가 힘든 곳임
그래서 자꾸 미국 애들이 김밥을 '오우~ 재풰니즈 롤~ 아이 리이킷~' 그러길래, 이건 싸우스 코리아라는 나라의 전통음식이다. 이 맛을 잘 기억해라. 이게 바로 한국의 맛이다.라고 애들한테 하나하나 말함. (내가 바로 애국자다!)
그리고 애들이 불닭볶음면 봉지를 보면서 이건 스낵이냐고 묻길래, 아무 말도 하지 않고(아무 말할 필요가 없었기에) 조용히 주방으로 물을 끓이러 갔음.
사람들이 많아서 다섯 개나 끓임. 뒤에서 애들은 '오우~ 코리아 누들~ 잇츠 퍼스트 타임~ 인터레스팅(interesting) 뭐라 뭐라 하고 있었음. 그리고 붉은 매우 붉은.. 그들 입장에선 처음 보는 빨간 면을 한입씩 다들 먹기 시작함.
"와떠뻐커! 와떠뻐억 댓 이즈!!! There is devil in my mouse!!!(내 입안에 악마가 있어!!) 쒸잇!! "
거리기 시작함.. 매운 타코를 가져온 애는 애써 안 매운 척하려고 했지만, 씹지를 못해서 입에서 침이 흘러나오고 있었음 ㅋㅋㅋ 그리고 진짜 웃겼던 건, 애들이 매운맛을 중화하려고 김밥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함. 그때 알았음. 매운맛을 중화하는 건 흰 쌀이라는 걸 미국 애들도 무의식 중에 알고 있다는 걸. 갑작스러운 김밥의 인기에
"쒸잇!!!! 웨얼 이즈 킴봡!! 아이 니릿!! ( I need it! )
마치 그곳은 김밥을 찾아 헤매는 황야의 킬리만자로의 표범들과 같았음. 크리스마스 음악이 울려 퍼지며 처음 TV에서나 보던 미국스러운 풍경은 어디 가고, 아수라장이 되어가기 시작함. 씹지를 못해 침이 흘러나오던 그 친구는 이제 눈 흰자만 보이기 시작함.. 아무리 물을 마셔도 매운맛이 사라지지 않아 애들은 이제 술을 먹기 시작함... 그 후에는 애들이 웃는 건지 우는 건지 햇갈리 시작했음..
아무튼 나는 아기를 보러 다시 가야 했기에 그들만을 놔두고 집으로 돌아갔음..
그 이후 레스토랑에서 나의 별명은 데빌맨이 되어 있었음..^^ 한국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주고 온 거 같아 참 뿌듯했음. 코로나 때문에 레스토랑이 모두 문을 닫고, 지금은 다들 뿔뿔이 헤어졌지만 그때의 추억은 참 잊지 못할 나만의 추억이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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