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년 전의 일입니다. 미국 인턴 후 중국으로 가려고 했던 게 저의 운명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다행이네요)
그런 운명도 깨뜨려버린 운명의 운명의 x2 사랑때문에 저는 미국에서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인 와이프와 결혼을 한 후, 곧 영주권 심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와이프는 매우 걱정이 많았습니다.(지금과 달리)
혹시나 영주권이 승인이 거절되면 저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영주권에 대한 자료들은 준비를 많이 해야 했습니다. (처음에 받는 영주권은 임시 영주권입니다)
그럼 임시 영주권 자료들은 무엇이 필요한가...?! (갑자기 프로 설명꾼 모드;)
● I-485 신분변경 신청서 (영주권 신청자 작성 서류)
● -130 배우자 초청 진정서 (미국 시민권자 작성 서류)
● G-325A (신청자 개인정보 서류)
● I-864 (재정 보증 증명서)
와 재정보증 증명서에도 에피소드가 있어요. 이 당시에 남편과 둘이 합쳐서 어느 정도 연봉을 넘어야 했는데
저는 당시 인턴이었고, 와이프는 학생이었어요. 그러니 돈이 있겠어요? 거기다 와이프 집안도 그렇게 유복한 편이 아니라서..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는 직장 내에서 다치셔서 실직 상태이셨음.. 그래서 보증을 서줄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 '보증'이라는 말 자체가 한국에선 참 금기의 언어잖아요. 그래서 한국 사람들에게도 부탁할 수가 없었어요.
선 듯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고.. 결국은 같이 일하는 흑인 친구에게 600불을 사례비로 주고 부탁했지요 ㅠ..
정말 처음에 아무것도 없이 결혼했었네요. (아련 모드) 지금 이렇게 잘 살 수 있는 건 그때의 힘듬을 기억하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아련 모드 X2)
●I-693 (신체검사 기록)
●I-131 (여행 허가 신청서) - 이거는 옵선 셔류! 당신이 필요하다면..! 대신 여권사진 필요합니다.
● 결혼 증명서 사본
● 바이오 매트릭스 (지문 찍는 거)
꼭 필요한 서류는 이 정도이고요. 면접 시에 도움이 되는 자료들도 있어요.
● 연애 때 사진 최대한 많이
● 체크카드나 신용카드, 공동 이름으로 된 거.. 하다못해 코스트코 카드라도 (그런데 이거 대참사 일어남)
이 정도였던 거 같아요. 하여튼 대망의 면접날!!! (옆으로 샜네요 헿..)
면접장소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요. 시민권 선언을 하는 사람들도 보이는 거 같았어요.
가족들끼리 부여안고 울고, 안아주고 다독거려주는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약 30분 후, 저희는 어느 방으로 인도되었고 거기에는 드웨인 존슨보다 조금 덩치가 작은 분이 있었습니다. ㅋㅋㅋ
마동석 님 정도 되는 덩칰ㅋㅋ 전 처음에 면접관이 아니라 시큐리티인 줄 알았어요..
굉장히 무뚝뚝하고, 눈빛이 무서운 분이었어요. 엄청 사무적으로 서류들을 검토했고 hmm? hmmmm?
거리면서 난 냉소적인 사람이다를 뿜뿜! 뿜뿜뿜!표현했어요.
와이프는 긴장하였고 저도 갑자기 덩달아 긴장했어요. 질문은 각자에게 했는데 가끔 와이프가 대신 얘기를
해주려고 하면
놉!!!!!!!!!!!!!!!!!!! 아임 애스킹 투 유얼 허즈밴드!!! (눈 짱짱 대부릅)
거렸어요; 분위기는 점점 더 냉담.. 그러다 제가 장모님 이름을 실수를 해버렸어요. 와..
(이때부터였어요. 공기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이때다 싶었는지 이 드웨인 존슨은 마치 쇼미 더 머니에서 가사를 찢으러 온 사람처럼 질문을 폭풍처럼 해대기 시작했어요.
(네 저도 생명보험 가입하려구요.)
'YO! 난 이해할 수가 없어~ 왜 코스트코 카드를 갑자기 둘이 만들어쮜? 근처에 코스트코가 있뉘~?(띕 변호사가 이거라도 만들라고 했는데;) YO! 너희들의 붸히비는 왜 아직 없뉘?? YO! 너희들 왜 같이 살지 않지?! YO! YOYOYO~~~~!'
오직 저한테만 저 질문들을 했고, 전 가사를 찢어버리고 내 멘털도 찢어버린 이 드웨인 존슨 면접관 앞에서
땀을 흘리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대답했는지 기억이 안 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면접은 끝이 나 버렸습니다.
전 마음속으로 생각했어요. '아 떨어졌다..' 와이프 또한 떨어졌다고 생각을 했대요.
드웨인 존슨은 자기의 가사를 마음에 들어했는지 흡족한 표정으로 저희 둘을 처음으로 바라봤어요.
'Any question?'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냐고 묻는 드웨인존슨 면접관.. 이미 기력이 딸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사이
와이프가 입을 열었어요.
'우리 같이 살지 못하는 거야? 나는 이 사람 없으면 살 수가 없어. 난 이 사람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야.'
라는 말을 하면서 울음을 터뜨렸어요.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갑자기 이때를 생각하니 괜스레 더 미안해지네요..
더 잘해줘야지...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기)
괘씸한 드웨인 존슨 면접관! 그는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 표정을 지었습니다.
'나는 지금 네가 우는 이유를 모르겠군.
.......... 이렇게 면접을 잘 보았는데 말이야'
그 말과 함께 처음으로 드웨인 존슨 형(이때부터 형이라 부르겠다고 결심함)이 방긋 웃었습니다.
마치..
이랬던 그의 표정이..
이렇게 변했습니다.
아니 형? 너무 연기가 완벽했잖아..?(이렇게 생긴 분들은 연기를 잘 하구나..ㅎ)
'너희들이 참 좋은 부부라는 건 이미 여기에 들어왔을 때부터 알았쥐 YO 나는 여기에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이 진짜 부부인지 가짜 부부인지 1분 만에 알 수 있단다 YO. 축하해 면접은 합격이야. 잘 살기를 바란다. YO'
라는 말과 함께 드존형은 서류를 탁탁 정리하며 악수를 청했습니다. (진짜 이 형.. 끝까지 너무 멋지잖아..)
와이프와 저는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면접장소를 나왔고, 차에서 같이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납니다.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요. 지금도 가끔 그 장소를 지나갈 때면 서로 그 얘기를 합니다.
무슨 얘기를요?
'오늘도 드웨인 존슨 형은 멋진 연기를 하고 있을 거야'라는 얘기를요
오늘도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와이프에게 줄 꽃이라도 사러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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