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장모님에게 결혼 승낙을 받으러 갔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딸이 결혼할 거 같다는 말을 '통보' 받은 장모님은 노발대발 오징어 발 문어발 스발뜨발하셨습니다. 딸이 갑자기 '나 이 사람과 결혼할 거야'도 어이가 없으실 텐데 그 '주인공' 이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한국인(한국이라는 나라도 모르셨어요. 지금은 제가 잘 말씀드렸음)이라는 것도 당황하셨을 것입니다. 처음에 장모님은 약간 의심을 하셨대요. 미국에 살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닐까? 하면서 말이죠. 저는 미국에서 살 꺼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사람이었고요. 당시 일하던 미국 인턴이 끝나자마자 중국으로 취업을 하려고 중국어 초급과정을 다 따놓은 상태였는데..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네요.
그리고 곧 장모님을 만나게 되는데.. 떨렸습니다. 네? 총 가져올까봐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무서웠음.
왜냐하면 전화로 와이프랑 얘기하는 거 듣는데.. 저한테 이랬어요
'내 딸 울리게 하면 총으로 쏴버릴 거야 그 녀석'
.. 저는 차분하게 월마트에서 사 온 갖가지 과일들을 하나씩 싸서 과일바구니를 만들기 시작했어요.(그때는 근데 왜 굳이 과일바구니였을까..? 네 갑자기 내가 나한테 물어보는 시간이구욘..) 그 과일 하나하나당 그 과일을 먹으면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 적어 놓았어요. 이건 감기에 좋은 과일이고, 이건 혈압에 좋은 과일입니다. 이렇게 드시면 돼요 라는 식으로 정성 들여 하나씩 썼어요.
.. 물론 잘 보이려는 마음이 컸죠.. 굳이 정말 총 맞을까 봐 무서워서 그런 건 아녔습니다.. 네 정말 아니구욘
그리고 장모님과 운명의 약속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갖가지 질문들을 물어보셨어요. 미국은 어떠냐? 내 딸이랑은 얼마나 만났냐 언제 만났냐.. (옆에 가방이 자꾸 신경 쓰이더군요. 뭔가 나올까 봐) 삼성전자 압박면접에 견주어도 될 만큼 많은 질문과 대답이 오간 후, 가시기 전에 과일바구니를 내밀었어요. 다행히 과일바구니에 많은 감동을 받은 것 같으셨어요.(총은 없으셨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저에게 마음을 여셨고, 지금은 저를 참 예뻐라 하십니다.( 손녀 때문인 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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