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현재 코로나 19 최악의 상황입니다. 3차 긴급사태를 발령하고도 연일 확진자 6천 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올림픽 개최까지 70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최근 일본의 대기업 CEO들이 올림픽 개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고, 35만 명의 사람들이 올림픽 개최 반대 서명서를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일본 정부,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제출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쿄올림픽이 개최될까요? 우선 일본의 코로나 19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1. 일본 코로나 19 상황
5월 16일 기준 확진 환자 671,841명 전날 15일 하루 확진자 6,294명, 사망자 110명입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인 4월 25일부터 5월 11일까지 도쿄, 오사카, 교토, 효고 4개 지역에 긴급사태를 발령하였습니다. 지난해 4월, 올해 1월에 이어 세 번째 긴급사태입니다.(백화점, 대형 상업시설, 영화관 휴업, 음식점 영업시간 오후 8시까지 단축, 주류 제공 제한) 긴급사태 이후에도 코로나 19가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아, 5월 7일 기존 긴급사태 지역의 기한을 이달 말까지 연장하면서 아이치, 후쿠오카 2개 지역을 추가하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5월 15일 홋카이도, 오키야마, 히로시마 3개 지역을 포함하여 총 9개 지역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준긴급 사태에 해당하는 중점 조치 대상지역 10개 지역을 포함하면 일본 전체 47개 지역 중 19개의 지역이 긴급사태 또는 준긴급 사태입니다. 일본 코로나 확산세가 가장 심한 오사카 지역은 의료 붕괴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병상이 부족하여 구급차 안에 며칠을 대기하다가 악화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중증환자를 위한 병상 운용 비율도 110%를 넘어섰습니다.
· 일본 백신 접종률
일본의 백신 접종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 회원국 중 37위 최하위입니다. 일본 백신 접종률은 일본 전체 인구 1억 2600만 명 중에서 약 2%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한국은 전체 인구 약 5천1백만 명 중에서 7.3%의 사람이 1차 예방접종을 맞았으며, 2차까지 접종 완료를 한 사람은 약 90만 명으로 1.8%입니다. 최근 일본 내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0% 이상이 백신 접종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일본은 왜 백신 접종률이 저조한 것일까요?
- 늦은 백신 확보: 일본은 자국 백신 개발에 힘쓰다가, 확진세가 증가하였고, 뒤늦은 백신 확보에 나섰습니다. 일본 제약사 개발 중인 백신 4종은 모두 아직 임상 3상을 마치지 못했습니다.
- 까다로운 승인 절차: 일본은 외국 제약사의 의약품 승인을 하기 전에 현지에서 완전한 임상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절차를 통과한 것은 '화이자'백신 한 종류뿐입니다. 뒤늦게 일본 제약사들은 제휴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억 2000만 개 생산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였지만, 아직 정부의 승인 절차는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 이원화된 조직 구성: 우리나라의 질병청과 같이 일본은 후생노동성에서 코로나 19 방역 등을 총괄합니다. 그러나 일본은 코로나 19 백신 담당 장관을 따로 두면서, 오히려 절차가 더욱 복잡해졌다는 등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2. 2021 도쿄 올림픽
2021년 도쿄올림픽은 7월 23일부터 8월 8일까지 19일간 역대 최다 33개 종목이 진행될 예정이며, 패럴림픽은 8월 24일부터 9월 5일까지 13일간 22개 종목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일본은 해외 관중을 받지 않기로 결정하였으며, 국내 관객 역시 포기할지, 객석의 50%만 입장을 허용할지를 고민 중인데 아직 확실히 결정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미 해외에서 판매된 올림픽 티켓 63만 장은 환불조치 중에 있으며, 경제적 손실 가치가 17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입니다.
· 일본 현지 반응
일본의 코로나 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올림픽 개최를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일본 대형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 최고경영자(CEO)는 "일본 정부 방역 정책은 10점 만점에 2점"이라 비난하며, "일본은 백신 접종이 매우 늦게 진행되는 만큼 전 세계인이 모이는 국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위험하다. 위험 요소가 너무 크다"면서 "올해 도쿄올림픽 개최에 반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여론과 기업인의 반대에도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는 이유에 관한 질문을 받자 쓴웃음을 지으면서 "잘 모르겠다"라고 한 뒤 "솔직히 말하면 자살 임무라고 생각한다. 멈춰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일본은 재계부터 대중 여론까지 '올림픽 취소 또는 연기' 하자는 분위기입니다.
- 5월 10일 발표된 일본의 여론 조사 응답자 중 60% '올림픽 취소해야 한다'
- 국제 온라인 청원 사이트 "올림픽을 중단하라" 청원 10일 만에 36만 명 동의
- 전 일본 변호사협회 회장 '올림픽 개최 반대 운동' 35만 명 온라인 서명
- "올림픽 개최로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걱정된다" - 손정의 소프트뱅크 CEO
- "현재 (일본의) 보건 상황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나오는 실망이 운동선수와 직결된다는 보도를 깊이 우려한다" - 도요타의 나가타 준 최고 운영책임자(COO)
- 4월 20일 후지 뉴스네트워크(FNN)와 산케이신문의 여론 조사 "도쿄올림픽을 취소하거나 재연기해도 어쩔 수 없다" 응답 74.4%
· 일본 정부
일본 스가 총리는 긴급사태 지역을 확대하면서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올림픽이 가능하다"라고 강조하였습니다. 현재 스가 정권은 올림픽을 쉽게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올림픽 경기장 등 시설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된 것도 문제지만, 정권으로서는 일본 내 정치 일정상 올림픽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는 인류가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이겨낸 희망의 상징으로 삼고자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려고 합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지난 4월 17일 워싱턴 미일 정상 공동회견에서 다시 한번 올림픽 대회 개최를 실현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했고, "일본으로서는 계속 올여름 도쿄 대회 실현을 위해 확실히 준비하겠다."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인류가 코로나 19를 이겨낸 증거로서 올림픽을 개최하고 싶다'며 '올림픽 정상 개최'를 강조했었고, 아베 정권 계승을 표방한 스가 총리도 같은 말을 입버릇처럼 되풀이하였습니다. 하지만 스가 총리는 이 날 '인류가 코로나 19를 이겨낸 증거'라는 수식어 대신, '세계 단결의 상징'이라는 표현으로 바꿨습니다.
3. 일본 후쿠시마산 도시락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이 확정되는 순간부터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도쿄올림픽 선수촌 메뉴에 사용하겠다고 오래전부터 공언해왔습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수칙에 따르면 올림픽 참가 선수단은 오직 선수촌 또는 경기장에서만 식사를 해야 하는데, 이 두 곳의 음식은 모두 도쿄 조직위가 제공하는 것으로 후쿠시마산 식자재가 들어 있습니다. 2019년 아베는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을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아베가 준비한 특별한 선물 '감사 도시락'은 후쿠시마산 도시락이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도쿄를 방문하는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후쿠시마산' 도시락을 제공할 예정이었습니다. 감사의 도시락에는 후쿠시마산 토마토, 오이, 콩이 들어가며 후쿠시마산 샌드위치도 들어갑니다. 심지어 도시락 상자도 후쿠시마산 친환경 나무 그릇이 사용됩니다.
· 부흥의 기회
2014년 아베 총리는 “가능한 한 많은 외국인에게 후쿠시마 식재료를 맛보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부흥) 대책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일본산 농림수산물·식품에 대해 수입을 금지, 또는 제한 중인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모두 15개국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번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산 식품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나아가 수입규제 해제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에 후쿠시마 앞바다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 5배의 방사성 물질, 세슘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아직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았지만, 일본 조직위 측은 "후쿠시마산 식재료 공급 정책에 변함이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는 “부흥하는 모습을 음식을 통해서 세계에 전달하는 매우 중요한 기회다.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홍보해 (방사능) 소문 피해를 불식시킬 것”라며, 이번 올림픽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한국 선수단 식사
대한체육회에서는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수차례 식자재에 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결국 3월 달, 도쿄올림픽 넉 달을 앞두고 우리 측 요구가 받아들여졌습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최근 한국 선수 지원단 측 질의에 “선수촌 내 조리는 금지하되 음식 반입은 금지하지 않겠다”, “각국 선수단 책임 아래 적절히 관리해 달라”라고 회신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선수촌 인근 호텔을 통째로 임대해 ‘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며, 조리사 14명을 파견하여 한국산 식재료를 이용해 ‘한식’을 준비할 계획입니다. 우리 식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은 도시락 등의 형태로 냉동차에 실려 선수촌과 각 경기장에 보낼 예정입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개최가 약 2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전 세계 수많은 선수들이 4년을, 아니 평생을 기다려왔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간절한 꿈이기에, 올림픽이 취소 또는 연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마냥 반갑지는 않습니다. 물론 선수 개인의 이기심 때문에 코로나 확산이라는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운동선수로서 평생 한번 있을까 한 기회이고, 그동안 흘린 땀과 노력들이 허사가 되면 안 됩니다. 일본에서 빈틈없는 방역체계와 선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서 전 세계가 하나 되는 올림픽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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